2024년 11월 중순, 전남 강진에 위치한 백련사를 다녀왔다. 늦가을의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앉던 그날, 백련사는 말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으로 나를 맞이했다.
사찰로 향하는 길목에는 동백숲이 가득했다. 초록 잎 사이로 막 피어나기 시작한 붉은 동백꽃들이 조용히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즈넉한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과 어우러진 백련사의 첫 인상이 찬찬히 마음속에 스며든다.
사찰 안쪽, 만경루에 올라 창을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은 참으로 인상 깊었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빛을 받은 오래된 나무의 가지와 그 뒤로 펼쳐진 산자락, 창문을 액자 삼아 담아낸 그 순간, 말 그대로 창문이 카메라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대웅전, 명부전과 삼성각도 함께 둘러보았다. 오래된 세월을 품은 건물들이 고요하게 자리하고 있었고, 절제된 색감과 구조 속에서 묘한 경건함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백련사 위쪽에서 내려다본 사찰 전경과 멀리 보이는 바다의 모습이었다. 높고 탁 트인 시야,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없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백련사는 화려하거나 크진 않지만, 그 안에 담긴 고요함과 자연이 주는 위로가 참 깊은 곳이었다. 늦가을 여행지로, 마음을 비우고 싶은 날 찾으면, 느긋한 여유로움과 마음 포근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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