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이 나를 유혹했다.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방법으로 봄을 맞이하고 싶어서, 3월 29일 저녁, 하동 쌍계사 입구로 차박을 떠났다.
쌍계사로 향하는 길목은 이미 벚꽃 터널이 시작되고 있었다. 목적지는 쌍계사 입구 근처 공터. 몇몇 캠퍼들과 차박러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한적한 공간을 찾아 조용히 하루를 묵었다.
차박 준비를 마치고 조용히 앉아 밤공기를 마셨다. 산중인지라, 밤바람은 아직 차가웠지만, 산들바람에 벚꽃이 조금씩 흩날리는 소리, 근처에서 들려오는 계곡물 흐르는 소리, 그리고 은은한 달빛. 모든 게 완벽했다.
오랜만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밤이었다.
[3월 30일 아침] 벚꽃, 계곡, 그리고 쌍계사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차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건, 활짝 핀 벚꽃 나무들이었다. 하늘과 맞닿은 듯한 연분홍의 물결이 감동 그 자체. 카메라를 들고 곧장 쌍계사 방향으로 걸었다.
계곡 옆을 따라 걷는 길은 전부 벚꽃길. 물 위로 꽃잎이 내려앉고, 바람이 살짝 스칠 때마다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들. 쌍계사 계곡은 정말이지, 봄을 가장 아름답게 품은 곳 같았다. 걷다 보면 자꾸 멈추게 된다. 이 순간을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쌍계사에 도착해서는 잠시 들러 마음을 가다듬었다. 고즈넉한 절 분위기와 연분홍 꽃들, 그리고 경쾌하게 흐르는 계곡 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위로받는 느낌.
물소리와 꽃잎이 함께 어우러져 봄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수 있는 쌍계사 계곡 벚꽃의 아름다움이 지금도 눈 앞에 선하다.
[마무리하며]
쌍계사 입구 차박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사람들 붐비기 전에 벚꽃을 가장 가까이에서, 조용히 즐길 수 있는 방법.
3월의 끝자락, 봄이 절정일 때, 벚꽃이 만들어준 이 하루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올해 벚꽃은 여기서 시작이자,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정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봄을 만나고 싶은 누군가에게 이 길을 꼭 추천하고 싶다.
2024.03.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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