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했던 날은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하던 날이었다. 나는 신안 자은도에 있는 1004뮤지엄파크를 찾았다. 맑은 날씨였다면 또 다른 매력이 있었겠지만, 이날의 흐릿한 하늘과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은 오히려 고요하고 운치 있는 풍경을 만들어 주었다.
뮤지엄파크에 들어서자마자 잘 정돈된 수목들과 이국적인 경관이 눈에 들어왔다. 초록빛 나무들과 함께 어우러진 조형물들, 그 사이로 이어진 산책로는 사진을 찍기에 딱 좋은 공간이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른 장면이 펼쳐지는 것처럼 느껴져서 천천히, 그리고 자주 멈춰서 셔터를 눌렀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바람에 살랑이는 핑크빛 물결과 모래언덕, 그 뒤로 펼쳐진 바다의 잔잔한 풍경이 함께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 냈다. 흐린 하늘 덕분에 핑크뮬리 특유의 색감이 더욱 부드럽고 몽환적으로 느껴졌다. 해가 쨍쨍했더라면 놓쳤을지도 모를 풍경이었다.
또 하나 눈에 띄었던 건 기와지붕 위에 자란 와송이었다. 처음에는 조형물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진짜였다. 곡선미가 살아있는 기와 위에 뿌리를 내린 와송이 마치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든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
1004뮤지엄파크는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섬의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 덕분에 더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풍경 하나하나를 마음에 담고 또 카메라에 담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흐린 날에 찾은 자은도의 매력,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난 특별한 순간들. 언젠가 맑은 날 다시 한 번 찾고 싶다. 그땐 또 다른 자은도의 얼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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